박대석 앵커 :
가격자유화 이후 더욱 어려워진 사람들은 러시아의 농민들입니다.
러시아에도 봄은 오겠지만 농민들은 더 기다릴 아무런 희망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습니다. 채 일 기자의 보도입니다.
채 일 기자 :
러시아 농촌의 겨울풍경은 겉으로는 환상적이지만 생활의 고통과 아픔이 하얀 눈 속에 감춰져 있습니다.
매서운 추위 속에서 농민 수백만명은 조그만 농장에서 생산된 농작물에 의지해서 이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.
그러나 다가올 봄까지 견딜 식량은 거의 바닥이 난 상태입니다.
농촌에서는 도시에서처럼 식량을 사려는 기다란 줄조차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.
농촌주민 1 :
우리는 비참하게 살고 있습니다.
농촌주민 2 :
정치인들이 없어져야 형편이 좋아질 것입니다.
채 일 기자 :
일부 마을에서는 마을 전체에 전화가 두세대뿐이며 더러운 우물만이 유일한 식수원인 농촌의 상황은 겨울이 되면 더욱 어려워집니다.
러시아 농촌인구 1/3은 아직도 나무로 만든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.
텔레비전은 겨울밤의 좋은 벗이지만 독한 술 보드카는 농민들의 괴로움을 잊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아편처럼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.
현실을 잊기 위한 보드카 중독과 생활고에 지친 절망감이 이곳 농촌을 뒤덮고 있는 것입니다.
농촌주민 3 :
하루가 지나면 오늘도 살아있는 것을 신에게 감사합니다.
채 일 기자 :
절망의 늪을 빠져 나오는 유일한 길은 죽음뿐이어서 지금 이 러시아 농촌 아낙네는 신에게 이웃의 영혼을 받아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.